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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에서의 성의 상품화
2014년 04월 30일 (수) 22:25:48 조옥라 gyozi@sogang.ac.kr
대중 매체에서의 성의 상품화 조옥라(서강대학교 사회학과) 대중 매체가 현재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기인한다. 통신이 소식을 전하는 기능에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부차적인 기능이 첨가되면서 대중 매체의 독특한 영역이 만들어졌다. 이 영역 속에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대중의 호기심뿐 아니라 다양한 욕구가 표현되는 문화의 새로운 지평선이 열렸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하여 전달되는 이야기와 환상이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하여 주목한 학자들은 대중 매체의 생산과 소비 양상을 통하여 일상 문화, 대중 문화 분석이 현대 문화 분석의 주요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매체를 통하여 충족된 욕구와 자아 표현들은 사회 경제적 갈등의 노출과 해소에 주요한 작용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사회경제적 구조에 대한 신좌파의 계급이론을 수정해야될 필요성이 이 과정에서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중 매체가 발달된 기술을 통하여 전달되고 교류되는 과정에 왜곡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간파한 하버마스의 지적도 대중 매체가 지니고 있는 영향력과 힘에 주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여성주의 학자들의 미디어 분석이다. 그들은 미디어가 만들어 내고 소비시키는 이미지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에 주목한다. 대중 매체가 만들어 내는 여성 이미지와 여성에 관한 메시지는 사회 일반에 여성에 관한 주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해왔다. 대중매체에서의 여성은 소설, 영화, 비디오, 사진, 패션, 미술, 포르노, 광고 등에 새겨지는 여성의 재현 이미지로 존재한다. 여성주의 학자들은 대중 매체의 여성 이미지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여성의 삶을 그리기보다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보여지거나 보고 싶은 부문만 지나치게 강조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성차별적 현상을 지속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매체 속의 여성들이 왜곡된 여성만을 재현해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매체 속에서 그려진 여성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영역은 여성의 몸과 성애(sexuality)이다. 여기서 시선의 주체는 남성이다. 남성의 성과 성욕을 표현하는 대상으로 여성이 존재하고, 여성은 외모와 육체, 또한 남성과의 관계로만 존재하는 여성이기 때문에 주체적인 성의 언어나 재현방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몸과 성애가 그려진 매체 속의 여성이 여성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보다는 남성의 시선에 의하여 만들어진 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여성의 몸과 성애는 상품화의 핵심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상품화는 그러한 이미지들이 생산, 소비, 유통되면서 이윤추구에 기여할 수 있다. 대중 매체가 이미지를 상품화하는 것은 자본주의 생산구조에서 당연하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성의 상품화가 기존의 성 고정관념을 유지시키고 왜곡되어진 성차별 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의 상품화는 여성의 몸과 성애를 특정한 방식으로 이미지화시켜 여성의 구체적 현실과는 유리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남성 중심의 욕망, 쾌락 충족에 기여하고, 이 과정을 통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전 과정을 의미한다. 매체에서 성 상품화는 광고에서 흔히 보는 것 같이 직접적인 몸의 노출을 하게 하는 데서부터 특정한 사회적 역할에서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 있다. 이들 이미지는 다양한 맥락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상징하는 기표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이 글은 선택된 광고와 드라마를 통하여 성의 상품화가 주고 있는 의미들을 분석하려고 한다. 1. 광고 속의 여성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은 대부분 아름답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을 내세우는 광고로 대표적인 것이 술 광고와 자동차 광고이다. 술을 마시는 것과 매력적인 여성을 보고 즐기는 것이 비슷한 은유로 연결되는 방식은 멋진 신형 자동차를 미인들과 함께 배치하여 제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술과 자동차를 욕구 충족, 자기 과시와 관련짓는 광고들은 이러한 매체의 성 상품화 현상에서 가장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남성 구매자들을 직접 겨냥한 상품 광고 외에도 대부분의 광고에서 주 모델은 여성이다.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광고의 여성은 국민은행 광고의 김연아와 삼성전자 김치 냉장고 광고의 전지현이다. 한국 대표 여성 모델인 두 여성은 술과 자동차 광고에서 등장하는 여성들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등장하고 있다. 먼저 가을에 새로 바뀐 국민은행 광고는 온라인 북카페, 레인보우 인문학 그리고 컬처인 KB이벤트를 선전하는 데 김연아를 등장시키고 있다.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는 거리에서 미소 띤 김연아가 우리(관객)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균형 잡힌 몸매,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옷차림을 갖춘 긴 머리의 젊은 여성이 정면으로 우리에게 속삭인다. 여기서 전달되는 메시지를 다양한 의미들과 연관시켜 보면 성의 상품화의 다른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서 유례없는 성공을 한 김연아는 성공한 젊은 여성의 상징이다. 또한 팔을 드러내 뒷짐을 쥐고 있는 듯한 포즈가 절제된 세련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젊은 여성의 거리낌 없는 시선이 우리에게 왜 문화적인 기회를 잡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배치는 소주 광고에 나오는 성애적 여성들과 달라 여성의 변화된 지위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은 차분한 원숙미를 갖춘 김연아는 거의 완벽한 여신같이 우리에게 군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김연아의 몸과 시선이 광고 속에 이미지화되는 것은 일상성 속에 함몰되어 소소한 걱정에 잡혀 있는 일반 여성들의 삶과 유리되어진 또 다른 차원에서의 여성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광고 모델로 전지현은 김장철을 맞춰 새로운 김치냉장고를 선전하고 있다. 이 광고에서 전지현은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서 김치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딸네 집에 온 어머니가 자신이 담갔지만 냉장고가 좋아 더 맛있어진 김치를 맛보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광고의 두 여성 모델은 김치냉장고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잿빛 대형 냉장고에 어울리는 엷은 잿빛 치마, 앞치마를 두르고 흰색 블라우스 등을 입고 있다. 세련된 의상은 우아한 상류층 여성의 삶을 재현하고 있다. 신체적 노출도 거의 없는 이 김치 냉장고 광고에서 주인공인 전지현은 이렇게 좋은 데 너도 해보라는 말을 건네고 있다. 그러나 이 광고 속의 여성들은 너무 비현실적인 정도로 환상적이다. 장갑에 시뻘건 고춧가루와 양념을 묻히고 김치를 만들고 보관하기 위하여 옮기는 과정 속의 어려움은 완전히 생략되어 있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고 즐기기만 하는 여성으로 재현된 전지현은 마치 이 모든 것을 즐길 자격이 있는 것 같다. 손에 물을 묻히지도 않을 것 같은 아름답고 날씬한 여성이 하는 냉장고 광고가 만들어 낸 상류층 여성 이미지는 아름다운 여성은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내고 있다. 이렇게 계층과 결합된 여성 이미지는 일반 여성들을 소외시키거나 이러한 결합에 대한 비현실적인 갈망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힘으로 볼 수 있다. 위 두 광고는 인간의 육체를 테마로 만들어지는 광고의 전략과 일견 달라 보인다. 여성의 육체로 표현되는 성애(sexuality)을 통하여 인간의 무의식적 욕망을 자극하여 소비를 하게 만드는 광고는 외국의 향수, 진, 그리고 코카콜라 등 홍보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홍보에서 여성의 성적 매력은 자신을 위하기보다 남성의 시선 속에서 남성의 즐거움을 위하여 상품으로 제시되고 있다. 성의 상품화는 이러한 맥락에서 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앞의 두 사례는 그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 문화 이벤트와 김치 냉장고이기 때문에 욕망과 쾌락이라는 기호(code)가 광고 속에서 노골적으로 제시되지는 않고 있다. 앞에서 검토했던 두 광고에서 팔고 있는 여성 이미지는 성의 상품화의 논의에서 멀어지는 것인가? 상품화된 여성 이미지와 성의 상품화는 엄밀한 의미에서 다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두 측면은 모두 성적 매력을 무기로 하여 제시된 것이기 때문이다. 육체적 매력, 강력한 성애의 표현들은 보는 남성들의 무의식적 욕구 충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불평등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남성에게 보여지는 여성, 남성에 의하여 정복되는 여성이라는 불평등 구조가 이러한 광고에 갈려 있다. 여신 같은 김연아와 상류층 젊은 주부인 전지현을 앞세운 광고에서 작동하는 여성 이미지와 성의 상품화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활발해진 현대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되어진 다양한 기대치를 보여준다. 여전히 매력이 넘치는 여성이 제안하는 상품과 이벤트는 특별한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여기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남성, 중상류층 중심의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2. 드라마 속의 여성 이야기를 갖고 있는 드라마에서 성 상품화 현상을 논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드라마가 갖고 있는 대중성 때문에 매체 속에 그려진 여성은 기존의 이미지와 새로운 이미지가 경합하고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이장에서는 최근에 종영된 <유나의 거리>와 <별에서 온 그대>에서 그려진 여성 이미지에 대하여 살펴보려고 한다. <유나의 거리>는 달동네를 배경으로 하여 소매치기, 조직 깡패들이 등장하는 드라마이다. 여기서 주인공 유나는 전통적인 여성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게 상정되었다. 아버지인 전문 소매치기로부터 전수된 기술이 뛰어난 주인공 여성은 얼굴뿐 아니라 주변 여성 소매치기를 이끄는 ‘언니’의 역할, 꽃뱀으로 설정된 미선 ‘언니’를 배려하는 여성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여성과 대비되는 남자 주인공 창민은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전과가 없는 선량한 배선공으로, 콜라텍 사무장을 하면서 유나를 좋아하는 배역이다. 유나의 여성성은 소매치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성격에서 드러난다. 유나의 복합성은 소매치기로서의 정체성, 주변에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호의 등이 교차되는 데 있다. 유나는 감정적인 표현을 잘 하지 않고, 조심스럽고 철저하게 작업을 진행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는 남성 동료들과의 관계, 여자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은 남자 주인공 창민과의 관계 속에서 바뀌게 된다. 유나를 애처롭게 생각하는 창민은 그녀가 소매치기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전직 형사의 도움을 받아 유나 팀의 작업을 무산시키고, 유나의 생모를 찾아주기도 한다. 자신의 일을 잘하고 조직을 잘 관리하고 주변 배려까지 잘하는 유나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다. 유나를 좋아하는 창민이 유나의 새로운 삶을 열어 주는 것이다. 마치 백마 탄 기사가 나타나듯이 창민이 유나의 모든 것을 미리 정리해준다. 유나의 이미지는 겉으로 보면 성적 매력을 보여주는 어떠한 모습도 갖고 있지 않다. 유나는 무성적인 성격을 부각시키면서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은 따뜻하고, 나름대로 능력 있고 생각이 깊은 모습은 남성 주인공의 성격으로 자주 부각되던 성격이다. 유나의 이미지는 겉으로 선머슴 같지만 여성성을 잠재한 이미지이다. 창민은 항상 누구에게나 배려를 아끼지 않으며 눈물을 자주 흘리는 성격이다. 그러면서도 유나를 위하여 물불을 마다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는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잘 해주지만 상대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착한 남자인 것이다. <유나의 거리>는 독립적이고 강한 소매치기 여자 이야기로 출발하여 자신에게 헌신하는 남자를 사랑하고 자신을 맡기는 이야기로 변해버렸다. 아무리 잘난 여자도 헌신적인 착한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는 말인가? 드라마가 뒤로 갈수록 유나 직업의 의미는 없어져 버리고, 생모, 어머니의 가족들과의 관계 그리고 사랑의 진행만 부각된다. 아름다운 유나는 비록 소매치기이지만 착한 남자에 의하여 구원되는 것이다. 여성 동료들과 룸메이트와의 관계도 그러한 남녀 관계에 종속되는 것이다. 결국 이 드라마에서 제시된 여성 이미지는 전통적 구성과는 다른 여성상을 보여주는 것 같았지만, 남성과의 만남이 일생을 결정하는 성 고정관념을 답습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여주인공 천송이는 <유나의 거리>에서의 유나에 비하여 영화배우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진 별 같은 스타로서 친구도 가족도 없고 상식도 없는 ‘싸가지 없는’ 배우이다. 혼자서 잘난 배우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무조건적으로 헌신적인 친구 이휘경 밖에는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너무도 예쁘고, 배우로서 성공했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이 문제되지도 않는다. 자칭 국민 스타인 천송이는 무식하고 용감하고 그리고 천진한 모습으로 나온다.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망신을 당하는 것조차 감각이 없지만 코믹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예쁘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귀엽게 넘어간다. 날씬한 몸매를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당당하게 마음대로 행동하는 가운데 천송이의 무식하고 싸가지 없는 면은 그냥 덮어진다. 거기에 더하여 아역 배우로부터 자랐기 때문에 몸에 밴 철저한 생존본능은 있지만 상식이 없는 천송이는 안타까운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천송이가 404년 전에 지구에 온 외계인과 만나는 설정은 환상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천송이의 막무가내적인 성격과 위기에 무력한 측면을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는 조력자로 외계인이 등장한 것이다. 외계인이기 때문에 신통력을 발휘하여 천송이의 매력적인 취약점이 극단적인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그 천진함과 뻔뻔함이 그녀와 외계인이 사랑에 빠지게 한다. 천송이가 제시하는 여성 이미지는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넘어갈 수 있다는 도식을 따른다. 아름답지만 아무런 상식도 없고 생존 능력만 확실한 여성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민준은 외계인이기 때문에 신통력을 발휘하여 천송이를 보호할 수 있다. 외계인이기 때문에 지구인들의 일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시니칼하지만 천송이의 매력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도민준의 역할이 외계인이기 때문에 환상 속의 연인이지만 이 도민준 때문에 천송이는 더욱 대단한 존재가 된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여성 이미지는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자극적이다. 천진성과 교활함, 당당함을 함께 갖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는 배우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취약함은 외계인과 같은 환상적 남성의 도움으로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위에서 살펴본 두 드라마에서의 여성들은 매체 속에서 소비되고 있는 여성 이미지가 아직도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에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달동네의 범죄 집단에 있는 여성도 예쁘면 천사 같은 남성의 도움으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찾을 수 있으며, 철없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별 같은 스타도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초능력을 가진 환상적 남성을 통하여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이 두 드라마에서 성애의 표현은 그리 노골적이지 않다. 성적 매력을 과시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천송이조차 천진스러운 사랑 유희를 하는 것 같이 그려진다. 천송이의 몸이 매력적으로 과시되고 있지만 성애를 강하게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유나는 특히 성적 매력을 과시하는 옷차림이나 몸짓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여성들은 남성에 의하여 사랑받는 여성으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꼭 해야 될 일이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취약함을 갖고 있는 여성 이미지는 두 드라마의 여성 주인공들이 바로 그 취약성을 바탕으로 남성들의 지원을 받고 사랑을 얻는 과정에서 확인된다. 이들 드라마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는 남성이 도와주고 싶고 애처로워 보이는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체적으로 보이는 여성들도 위기에 남성에게 매달리게 된다는 면을 부각하는 것이다. 여성 자신의 삶과 욕망을 주체적으로 드러내는 여성 이미지를 매체에서 찾기는 힘들다. 3. 정교화 된 성 상품화의 현장과 성차별 보통 성의 상품화라고 하면 과잉 노출과 외설적인 성적 표현을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 매체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광고와 드라마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여성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술, 자동차, 향수 광고에 등장하던 여성들의 도발적인 성애(sexuality)의 제시는 다른 상품의 광고에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여성 모델들의 역할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름답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제 아름다움 자체는 이와 병행되는 다른 조건들과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매체는 그리고 있다. 현재와 같은 소비문화 속에서 여성의 몸은 매체 속의 시각적 이미지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다. 광고와 드라마는 몸에 대한 상상력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성적 매력을 앞으로 내세우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외모에 대한 관심, 육체에 대한 지각은 매체 속에서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고 있다. 매체를 통하여 제시되는 성의 상품화 영역은 계속 확장되어지고 있다. 여전히 인터넷 상의 검색 창들에 성적인 호기심을 유발하는 광고들이 배너의 형식으로 현존하고 있다.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성애를 연상시키는 광고도 있지만, 직업 활동을 연상시키거나 계층적인 지위를 상상시키는 광고들도 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동적이고 남성의존적인 여성 뿐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아가 강하며 도발적이기까지 한 여성 이미지를 광고와 드라마에서 채택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매체라는 문화산업에서 소비되는 여성들은 대부분 아름다워야 하고 성적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영속성이 있다. 위의 드라마 분석에서 보듯이 그러한 여성들이 기대고 도움 받을 수 있는 남성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지속되고 있다. 아무리 소매치기라도 아름답다면 천사 같은 남성이 나타나고, 아무리 성격이 제멋대로인 무식한 배우라도 너무 아름다우면 외계인까지도 사랑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남성과의 사랑 속에서 그들의 삶은 완전해진다고 드라마는 전하고 있다. 매체에서 성 상품화는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더욱 정교해지고 다양해졌지만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 여성을 보는 전통적 남녀 관계의 틀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왜 이렇게 여러 다른 생활을 제시하면서도 남녀의 사랑 문제로 귀결되는 이야기가 드라마에서 인기를 끌고 있을까? 한 측면은 아직까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는 여성 모델이 적어 주체적 여성 이미지가 현실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측면은 현재의 세계화와 발달된 정보 기술에 기반 한 대중 매체를 통하여 시각에 역점을 둔 소비문화가 개인의 삶까지도 지배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 아름다운 여성과 남성의 결합이 이러한 시각성의 상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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