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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평가만을 위한 대학평가
2014년 04월 30일 (수) 22:18:34 성경환(독자투고) gyozi@sogang.ac.kr
평가의, 평가에 의한, 평가를 위한 대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대학평가 사학 10 성경환 올해 대학의 최대 화두는 수치화 할 수 없는 대학을 평가하여 등수를 정하려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와 이를 반대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둘러싼 갈등의 모습이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중앙> 대학평가를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대학을 서열화할 수 있다는 '마음', 대학을 기업화해도 무방하다는 '마음', 모든 대학에 천편일률적인 기준으로 평가해도 된다는 '마음',…. 대학의 본질을 해치는 그 '마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고려대학교의 대학평가 반대운동. 이 운동에 경희대, 동국대 등 몇 개의 대학이 동조하면서 대학평가 주체와 대학 구성원들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었다. 물론 필자도 사람에게도 적절한 평가가 필요하듯이 대학에도 적절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학을 평가하고 있는 여러 주체와 그리고 그들에 의한 평가는 필요를 넘어서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현재 대학에 대한 국내 평가는 다음과 같다. 얼핏봐도 평가가 20개에 육박한다. 각 대학은 한 달에 한 번 이상의 평가를 받는다. 학생으로 말하면 한 달에 한 번 이상의 시험을 치루는 것이다. 학생이 공부를 할 때 시험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동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시험을 치루면, 시험을 잘 치루기 위한 공부만을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대학평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과도한 평가로 인해 대학은 평가를 준비하다 지치고 있다. 이는 대학이 좋은 평가만을 위한 기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이렇게 평가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면 본래 대학의 의미는 점점 더 퇴색되어 갈 것이며, 이는 과도한 평가로 인해 교육, 연구의 발전이라는 학문을 위한 대학의 의미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대학이 되어가고 있다. 대학평가는 대학 그 자체를 평가하면서 각 학과 단위의 특성화 노력을 무너뜨리고 획일화시키고 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각 학교의 종합적인 평가 지표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중앙일보에서 학과 평가도 진행되고 있지만, 인문계열 8개 학과(경영, 교육, 사회복지, 심리, 영문, 정치외교, 중문, 행정)과 자연계열 8개 학과(간호, 물리, 산업공학, 식품영양, 자동차공학, 전자공학, 통계, 화학공학)로 학과에 대한 평가가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대학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실시한다는 대학평가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과도한 평가는 대학 간의 발전을 위한 경쟁이라는 초기의 목적과 다르게 이 아닌 단순히 경쟁만을 위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몇몇 대학에서 인문과학대와 사회과학대 등의 통 · 폐합이 과도한 대학 평가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쟁을 위한 경쟁은 학문 간의 경쟁도 야기하여, 소위 ‘돈’이 되는 학문인 경영학, 경제학, 공학이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보다 우선시 되는 ‘학문 편식’을 급속화 시키고 있다. 대학평가는 학문 또한 ‘경쟁’이라는 틀에 가둬 학문의 범위를 경직시키는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도한 대학평가로 인해 좋은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대학평가는 오히려 학문의 범위를 제한시키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방해하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평가는 대학의 분야에서만이 아닌 사회의 병폐를 부추기고 있다. 대학평가가 대학 서열화와 과도한 사교육을 야기시키는 직접적인 이유라고는 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대학평가는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대학을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이라는 미명아래 이러한 대학 서열을 공고히 하고 있다. 높은 서열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하여 학생들은 과도한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학 평가는 다른 문제를 내포한다. 이미 정량적이지 않은 학문을 정량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각 대학평가 주체들에게서 ‘객관성’이라는 것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졸업생 평가나 평판을 제외하고는 지표는 객관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왜냐하면 각 평가 주체마다 이러한 지표에 대한 가중치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객관성’은 이라는 탈을 쓴 그들 입맛에 맞는 ‘주관성’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립적으로 행동해야 할 대학이 마치 대학평가 주체들에 의해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처럼 대학평가 주체들이 ‘객관성’으로 둔갑된 ‘주관성’에 맞춰 대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객관성’으로 둔갑된 ‘주관성’에 대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사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위에서 제시된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가 결과가 좋은 상위 10위권 대학의 순위 변동폭은 사실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F대학는 지난 10년간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순위가 하락 없이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A대학과 B대학이 종합대학이 아닌 과학기술에 특화된 대학임을 고려할 때, 2013년 이후 2년간 F대학은 한국에서 종합대학 중 1위 대학이 되었다. 물론 F대학이 2005년 이후 계속해서 발전해왔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F대학이 타 대학보다 중앙일보의 ‘객관성’이라는 탈을 쓴 ‘주관성’에 맞게, 즉 대학 평가 주체의 입맛에 맞게 변화해왔기 때문에 다른 대학과 다르게 이렇게 순위가 급상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F대학은 중앙일보와 관련이 깊은 국내 모 기업이 F대학의 재단을 1996년 인수한 이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996년 10위, 1998년 8위, 1999년 공동 7위, 2000년 단독 7위,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단독 6위, 2011년 공동 5위, 2012년 단독 5위, 2013년 단독 3위로 급격히 상승했다. 결국 많은 대학과 소통을 통해 이뤄지는 평가라면 단순히 F대학만 순위의 하락 없이 계속 상승할 수 있었을까? 객관성 이외에도 대학평가를 하는 잣대에도 문제가 있다. 지금 한국에서 시행되는 많은 대학평가는 대학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자본, 외국인 학생 수, 취업률, 졸업 후 평판 등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국제화라는 미명아래 실시되고 있는 영어강의는 교수도 학생도 부담을 느끼면서 학문에 대한 이해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외국인의 학습 상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외국인 학생의 수가 많고 출신 국가가 다양해지면 국제화의 정도가 높다는 단순한 평가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졸업 후 평판이라는 객관적이지 않은 평가 잣대를 가져오면서 이미 경직된 대학 서열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현재 한국 사회의 평가는 대학에게 가혹할 만큼 많은 수의 평가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요소 또한 다분히 학문과 관계없이 자본주의적이며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설계되어있다. 즉 원래 취지와는 맞지 않는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대학평가는 학문의 깊이를 단순히 수치로 전환하여 드러낸다. 이는 우리 교육이 성과 중심 교육이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필자는 우리 교육이 이미 성과 중심 교육이라는 점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성과 중심 교육에서 실패했기에 우리 교육은 대학서열화, 사교육 열풍 등 이러한 성과 중심 교육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한국 사회의 많은 대학이 학문을 위한 대학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진정한 대학교육을 위해, 진짜 우리나라의 미래 교육을 위해서, 이번 대학평가 반대운동에서 나타난 그들의 움직임이 실천 없는 아우성으로만 그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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