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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 멈추지 않는 변화 위에서...-홈플러스와 서강
 닉네임 : 가영  2009-09-05 18:38:14   조회: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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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변화 위에서... - 홈플러스와 서강

손가영 정편집위원 [rockyrkdud@gmail.com]

들어가며

경험적으로 비추어 볼 때, 매학기 기억할 만한 사건은 터지게 마련이다. 대부분은 학생과 학교행정처 사이의 소통부재가 원인이었다. 아루페관 건립, 곤자가 플라자 준공 등 일방적인 학교의 결정은 학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학생들은 학교의 소통제의에 무심한 눈길을 줄뿐인 적도 많았다. 이번 학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2년 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지만, 서울시의 인허가 반대로 잠시 수면 아래에 있었던 ‘홈플러스 입점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14일,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학교 측에서는 3일 후 기공식을 거행했다.

구청의 설립허가를 받기도 전에, 학교는 미리 기공식을 준비했다. '국제 인문관 및 개교 50주년 기념관' 기공식을 4월 17일에 진행되었다. 학생들로서는 난데없는 소식이었다. 일부 학우들의 대자보가 붙기도 하고 서강사랑방 게시판도 다시 뜨거워졌다. 교수 협의회에서도 성명서와 언론 기고문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위주로 여러 의견이 오고갔다.

이미 스타벅스, 파파이스 등의 상업시설은 학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학생들도 '학교가 이러면 되느냐'라고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학내 공간의 변화에 대해 무뎌지고 있는 상황에서, '홈플러스 입점'은 그 흐름에 묻어가지 않고 문제로 부각되었다. 홈플러스 입점에 찬성하는 학우든, 반대하는 학우든 뭔가가 이상하다고 여겼다.(찬성의 경우, 곤자가 플라자의 상업시설 입주와 이번 홈플러스 사안을 다르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학교의 결정이 나날이 스펙타클해 지고 있다는 인식이 공유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대형마트의 입점은 다분히 급진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학내의 모습은 어떠했나


홈플러스 입점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서강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서강사랑방'에는 다양한 논점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말만 나오는,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 그런 쟁점들이 제기되었다. 학교 행정의 일방통행, 대학의 상업화, 공간부족 등이 열띠게 올라왔다. 투쟁적으로 비판한 학우, '홈플러스는 정말 아니지만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라는 학우, '그것'은 '그것'일 뿐, 우리에게 큰 불편을 주지 않는다고 찬성한 학우, '운동권'의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학우 등 다양한 학우들의 의견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잠시동안 끓어올랐다. '잘못된 것이다'와 '어쩔 수 없다' 사이의 줄다리기 또한 계속되었다.

오프라인의 움직임은 좋은서강만들기 운동본부의 대자보 게시와 기공식 반대시위로 시작되었다. 일부 학우들의 반대운동은 점차 확대되어 학내에는 '홈플러스 입점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발족되었다. 공대위는 좋은서강만들기 운동본부, 대학원 총학생회, 학부 총학생회와 일부 단대 학생회와 섹션학생회, 그리고 개인자격으로 참가한 학우 등으로 이루어졌다. 교수협의회에서는 매체 기고, 성명서 등을 통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학내공간은 서강사랑방에 비해 조용했다. 서강사랑방은 일부 학우들의 의견만을 알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오히려 실제 공간에 비해 훨씬 더 활발한 공론장이 되었다. '학내의 조용함'에는 변하지 않는 학우들의 무관심이 가장 큰 몫을 차지했고, 공대위 활동의 영향력도 현실적으로 크지 않았다. 또한, 홈플러스 사안은 학내 언론을 통해 충분히 공론화되지도 않았으며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 자치학생회의 반응도 미온적이었다. 홈플러스 입점 저지에 대한 한 학내 단체의 건의가 줄곧 있었지만, 각 학생회들은 답을 보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4월 17일, 기공식과 함께 총학생회는 입장표명을 하였다. 찬성과 반대 그 어느 입장에도 쏠리지 않은 절충된 입장이었다. 이후에 총학생회와 여러 자치학생회들은 공대위에 점차 합류하여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여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렇게 학내에서는 여러 의견들이 모여야 할 자리를 잘 찾지 못했고, 반대의견들은 늦게서야 공대위라는 단체에 수렴되었다.

학내 정치의 양상은 이러했다.

생활터의 변화, 공간의 문제

여러 가지 문제가 얽히고 설킨 이 '홈플러스 입점 문제', 우리는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것은 그것일 뿐'이라고 말한 학우가 있지만,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그 자체일 뿐이 아니다. 이미 곤자가 플라자 건립으로 인해 서강대 학내에는 공간의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회자된 적이 있는데, 홈플러스 입점 또한 이의 연장선상이다. 홈플러스 입점은 '공간'의 문제와 그 변화의 근저를 이루는 상업화 논리를 지니고 있는 중요하고도 거대한 사안인 것이다.


공간은 공간을 영위하는 이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사람이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그래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공간을 매개로 형성되는 이상, 공간은 그 사회의 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공간과 관계를 맺는 개인들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공간은 정치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공간에도 '입김이 센' 쪽의 의지가 반영되기 쉬우므로, 누군가에겐 원치않는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내에 공간문제가 있을 때마다 나왔던 말,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어야지.'가 괜한 말이 아니다.

학교의 잡카페 '알바트로스의 꿈'이 공간의 의미를 잘 보여주었다. 취업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이라고 여겨진다. 대학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학내에서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학교의 평가 항목에서 취업률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으며, 학생들도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취업에 매여 있다. 이러한 학내의 모습이 잡카페를 통해 나타난 것이다. 잡카페 설립은 학생회관 2층의 많은 동아리들을 일방적으로 퇴출시켰다. 학교는 잡카페를 위해 동방들이 차지하고 있는 학생회관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동아리들은 십년 넘게 관계를 맺어온 공간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잡'이 동아리보다 우월했고, 또 학내에는 이런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었으므로 잡카페 설립은 별 탈 없이 진행되었고, 동아리들의 방황만이 남겨졌다.

캠퍼스라는 공간의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 서 있다. 고려대의 타이거플라자를 시작으로 하여 많은 대학의 공간이 상업화되었고, 또한 계속 변하고 있다. 스타벅스, 파파이스 등의 상업 시설은 캠퍼스 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최근에는 민자기숙사 설립이 유행하고 있다. 공간은 '공간 그 자체'로 성립하지 않음은 이미 알고 있다. 즉 이러한 캠퍼스 변화에서 어떤 논리의 정치적 입김과 그로인해 학내 문화가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언제부터 학내를 공공연히 떠돌아다녔던 대학의 상업화가 공간을 매개로 더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 입점은 이러한 변화의 최정점에 있는 사안이다. 학내의 모든 구성원이 영위하는 공간에 일방적으로 강요된 변화이자 대형마트 입점이라는 ‘스펙타클’한 상업화이기 때문이다. 서강의 다른 공간과 구성원들은 이러한 거대한 변화와 마주하고 있다.

공간은 공간주체들의 반영물이라고 했는데, 동시에 그들에게 다시 영향을 주기도 한다. 공간은 곧 공간주체들의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공간은 문화의 변화 과정에 있으면서 그 문화를 고착화하고 재생산시키는 기제가 된다. 잡카페로 인해 '잡'에 대한 우월성이 점점 고착화되고 있으며, 캠퍼스 지형도의 변화가 학내의 상업화를 재생산한다고 할 수 있다. 홈플러스가 서강대 학내에 들어선다면, 그 후의 학내 문화는 어떤 양상을 보일는지, 다른 대학의 상업화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우려는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다.

이와 같이 공간의 변화는 공간주체에게 끼치는 영향, 정치적인 의미와 더불어 재생산 기제가 된다는 점에서 녹록치 않은 문제이다.

공간 이전(before)의 문제, 대학 상업화


캠퍼스라는 공간의 변화에는 상업화가 전제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홈플러스 입점, 이 이전(before)에는 상업화가 있는 것이다. 공간은 고착화의 기제가 된다고 했는데, 이는 곧 '무뎌짐'을 뜻하기도 한다. 캠퍼스를 매개로 한 상업화의 고착화는 학내 구성원들을 상업화에 무뎌지게 했다.

대학의 상업화는 예전부터 자주 들어오던 말이다. 지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부터 쭉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학 교육은 사적서비스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지불능력이 있는 이는 서비스 제공을 받을 수 있고 지불 능력이 없는 이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등록금 문제도 '고등교육 서비스를 받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희석되기도 한다. 고가의 등록금, 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등록금을 낼 수 있는 지, 없는 지에 대한 개인의 능력이 문제라는 인식에 귀결되기도 한다. 교육의 서비스화는 교육의 수단화로 연결된다. 교육은 수단이 되어, 교육의 가치가 ‘효용’이라는 경제적인 기준만으로 판단되기 쉽다. 이는 서강대 전 총장의 '대학은 기업이다'라는 말에서 잘 알 수 있다. 선생님들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는 그에 대한 지불을 한다.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받고 예비노동자가 되어 사회로 내딛는다. 학생은 사회에 비추어 '만들어진 상품'이라 불리기도 한다.(역시 같은 전 총장님의 말씀)

조금만 더 들어가보면, '교육'자체를 점차 자본의 논리로 재단해가는 현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역할이 기능인을 배양하는 역할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이 과연 옳을까? 물론 교육은 사회화, 국가 발전, 인재양성 등의 기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기능에만 치우친 시각은 교육을 수단, 도구의 영역으로 전락시키고 교육 자체의 가치를 축소시킬 수 있다. 현실을 도외시할 순 없으나, 교육의 가치를 가시적인 효용성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옳지않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교육을 배우는 것은 맞는 말이다. 교육의 첫째 목적은 바로 이 ‘서바이벌’에 있다. 하지만 개인은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라 무리를 지어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교육의 첫재 목적은 ‘모두의 잘 먹고 잘 살기’에 연결된다. 그래서 교육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며, ‘삶의 과정이 곧 교육이다.’라는 말도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10년 넘게 교육을 받아온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 우리는 교육이 효용을 주기 때문에 가치있다는 계산만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행한다’는 그 자체에 더 가치를 두어 왔다. ‘ 교육은 진정한 나를 탐색하게 한다.’ 등의 비가시적인 논의가 철학적이라고해서 쉽게 간과할 수 없다. ‘자신을 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환경을 안다는 것은 단지 하나의 철학적 당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본질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라는 말을 인용해본다.

따라서 교육을 자본의 논리로 재단할 수 있냐는 앞의 질문에는 ‘그럴 수 없다’라는 답으로 귀결된다. 교육과 상업화의 만남은 쉽지 않은 고민거리를 던져 주는 것이다. 대학은 기업, 학생은 만들어지는 노동자라는 발언은 지극히 단순하고 경박하다고 할 수 있다.

멈추지 않는 변화 위에서...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일 뿐이 아니다. 상업화라는 논리를 내포하고 있는 문제이며, 학내 생활터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간단치가 않은 문제이다. 이에 더해 ‘건설 자금’이라는 현실적인 조건은 이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 학교는 자금문제라는 악조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BTO 건설방식 외에도 기존 건물(구R관)의 리모델링, (사용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적립금 사용 등의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 입점을 최선책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일관하는 학교의 불성실한 태도는 학내 구성원으로 하여금 학교의 결정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물론 학교는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의 흐름은 변화를 수반하므로, 학교도 당연히 변화해 갈 것이다. 어쩌면 대학의 상업화라는 변화는 ‘어떤 관점’에서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떤 관점’에 묻고 싶다. 그리고 이를 좇으려 하는 학교에 묻고 싶다. ‘교육’과 ‘자본의 논리’는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는 것일까. 둘의 논리가 조화롭지 못하다면, 이 둘에 대해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여기의 가장 큰 문제는 학교가 고민과 대화 없이 어딘가로 향해 내닫고 있는 것이다.(화장실에 붙어 있는 서강의 교육이념이 무색하다.) 학교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해왔던 태도를 바꾸고 학내 구성원들과 진지한 소통을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소통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 교수, 교직원들의 관심어린 눈길도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학생의 관심은 필수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은 수동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홈플러스 입점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2009-09-05 18: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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